BOOK · 리뷰
작은 집 이야기와 케이블카 메이벨
2018-03-01
저자
출판사
리뷰자 이은영 ('동네친구' 그림책동아리 "같이앤가치" 회원)

 

“금과 은을 다 주어도, 이 작은 집은 절대로 팔지 않겠어. 
이 작은 집은 우리 손자의 손자, 그리고 그 손자의 손자가 여기서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거야.”

 

 

 

이 책의 첫 번째 장은 작은 집 소개와 이 집을 튼튼하게 지은 사람의 말로 시작된다. 곧, 이어지는 페이지들은 시간이 되고 계절이 되고 세월이 되어, 시골 마을이 도시로 개발되는 과정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에 고층빌딩 사이에 끼어있던 작은 집이 다시 시골 언덕 위로 돌아가기 전까지 작은 집은 언제나 페이지 가장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작은 집은 마지막까지 지은이의 바람대로 사라지지도 훼손되지도 않은 채 제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마치 현실 속에서 아직도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것처럼.

다음으로, <케이블카 메이벨(1952)>을 보자. 

 

 

“멀고 먼 서쪽 해안가
언덕이 많은 도시,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
항구 도시, 명랑한 도시, 다정한 도시,
꽃과 케이블카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를 사랑하는 이 도시 시민들,
특히 케이블카가 사라지지 않도록
앞장서 애쓴 인물 가운데 한 사람
한스 클루만 여사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책의 첫 장은 배경이 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소개와 케이블카를 지킨 시민과 한 사람에 대한 헌정글로 시작된다. 책에서 케이블카는 도시 초기 운송수단이던 말이 빗길에 미끄럽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려고 몸부림치고 쓰러지는 것을 가엾게 여긴 할리디가 발명했다고 소개하며, 메이벨이라는 이름을 가진 케이블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메이벨은 ‘가파른 언덕도 무거운 짐도 끄떡없이, 언제나 명랑하고 친절하게 이른 아침부터 깊은 밤까지 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며’ 도시를 누빈다. 작은 집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같은 프레임 속에 등장하는 도시의 모습은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고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는’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그 길 가운데는 작은 집 같은 변함없는 메이벨이 등장한다. 
 
두 책에서 작은 집과 메이벨은 그렇게 등장한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새롭게 나타나도 그들은 자리를 지키며 오래도록 남아 있는다. 작은 집과 메이벨은 모두 도시 개발 속에서 위기를 맞이하지만 작은 집은 대를 이어 온 집 주인이 지켜내고, 메이벨은 샌프란시스코의 주인인 시민들이 지켜낸다. 도시의 주민인 시민의 참여, 이 점에서 케이블카 메이벨은 더욱 특별하다.

처음 이 그림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림이었다. 처음 책장을 펼치자 마치 관광지 엽서 속의 사진처럼 샌프란시스코가 섬세하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었다. 언덕길 사이로 샌프란시스코를 달리는 케이블카에 매료되었다. 오래된 것을 지켜내는 그들의 정신에도 경의가 일었다.

 

내게도 '작은 집'이나 '메이벨'과 같은 존재가 있을까?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아주 오래도록 살았다. 5년간 외국 생활을 하고 작년에 일산으로 이사를 오면서도 나는 늘 그 도시를 그리워했다. 아직도 기억 속에선 도시의 풍경과 추억이 존재하고 나를 이 곳 저 곳으로 데려다주던 버스들이 도시를 누빈다. 외국 살이 5년 동안 살던 동네가 재건축이 되어 집도 사라지고 동네의 모습도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되었지만 큰 길과 지명이 남아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걸 위안 삼았다. 책을 모두 읽고 덮을 때 즈음엔 집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 집이 어떻게 뽑혀져 사라졌는지 궁금해졌다. 그러고보면 한꺼번에 수 천, 수 만 채의 집이 그렇게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 새삼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샌프란시스코 언덕길엔 전기 차와 택배 로봇과 함께 케이블카가 명랑하고 친절하게 도시를 누비고 있다. 개발과 보전이라는 선택에 놓인 도시들, 지난 겨울 광장을 경험한 우리에게 2017년에 다시 찾아 온 1952년의 이 그림책과의 조우는 우연일까, 아이와 함께 낡은 것은 사라져야 하는가에 대해 나눠보고 싶다면 작은 집과 메이벨을 통해 보존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