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리뷰
백 년 동안의 고독
2018-05-28
저자
출판사
리뷰자 이해선(독서교육, 독서심리상담가)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씨줄과 날줄로 짜인 꿈과 환상적 요소들이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했던 그의 작품 <백 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현대화와 산업화 이전 시대에 갇혀 있고, 내전에 상처받고,

제국주의에 침탈당한 라틴 아메리카의 사실적 현실을 <백 년 동안의 고독>을 통해 마술적또는 환상적으로 독특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사실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전통적인 사실주의 소설들과 형식적 요소를 많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과 성의 묘사를 회피하지 않고, 복잡한 정치, 사회 문제도 직접 다루며 소설의 사건들이 실제 벌어지는 것처럼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때로는 허무한 표현 안에서 여전히 중후장대한 문학의 깊이를 맛본다.

 

소설은 부엔디아 가문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시작에서 끝날 때까지 1세기 이상이 흐른다.

어마어마한 부엔디아 가문 인물들의 등장으로 온새미로는 따로 가계도를 공부해야 했다.

부엔디아 가문의 인물들의 탄생, 사망, 결혼, 사랑 등에서 소설의 중요한 전환점들이 일어난다.

다양한 성격과 행동들이 가히 버라이어티하다.

 

마콘도 마을은 오랜 세월 동안 외부 세계와 접촉이 없다. 지도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충동적이면서 탐구적이고 신비한 문제들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를 자초하는 고독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의 이러한 성격적 특성은 자손들에게도 계속 대물림되어 장남 호세 아르카디오는

아버지의 완력과 조급함을 차남 아우렐리아노는 신비에 집착하는 성격을 물려받는다. 마을은 다른 마을들과 접촉을 하면서 고립에 따른 순수함을 잃어간다.

내전으로 마콘도는 전원적이고 마술적인 은신의 고장에서 폭력과 죽음이 넘쳐난다.

아루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진보파 반군지도자가 된다. 부엔디아 가문에서 가장 잔인했던 아르카디오는 독재적인 통치를 하다가 총살을 당한다.

안주인 우르술라 이가란은 가족이 위대해질 운명이라고 굳게 믿으면 버라이어티한 가족을 단합시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다.

 

마콘도 마을에 바나나 농장이 들어온다. 토지와 노동자들을 착취한 제국주의적인 자본주의는

결국 비인간적인 처우로 농장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한다. 농장 소유주들의 편을 드는 군대가 노동자 3천여 명을 학살하기에 이른다.

시체를 기차에 실어 바다에 버릴 때 내리기 시작한 비는 5년여 동안 계속되어 마콘도는 홍수로 마지막 쇠퇴기에 접어든다.

또한 부엔디아 가문도 지나간 시대에 대한 향수에 사로잡힌 채 마지막 소멸 과정에 접어든다.

소설은 마콘도 마을의 고립에서 시작되었듯이 그 종결도 다시 마을의 고립상태를 표현한다.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외로운 종말을 맞이하고 운명 속에서 내향적으로 변하며 근친상간을 저지른다.

 

흰 개미떼들이 먹어치운 스러진 저택 마당에 열대의 폭우가 그치지 않았다.

그 빗물이 넘치는 마당에서 부엔디아 가문의 핏줄을 물려받은 두 남녀가 벌거벗은 채 뒹굴고 있었다.

오랜 옛날이 두 남녀의 뒤엉킴 속에서 그것이 무엇으로 남겨질지, 그것은 순전히 그들의 몫이었다.

 

생존한 부엔디아 가문의 마지막 후손 아우렐리아노는 그의 이모 아마란타 우르술라와 관계를 맺은 후,

부엔디아 가문의 마지막 후손(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난 그의 아들)을 낳지만 그 아들이 개미떼에게 뜯어 먹히는 광경을 목격한다.

 

... 그리고 그는 갓난 아이를 보았다. 온 세상에서 다 모여든 듯 바글바글한 개미 떼가 정원 돌길을 따라서,

짝 물기가 빠지고 껍질만 자루처럼 봉긋하게 부푼 아기를 끌고 그들의 굴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기막힌 장면을 보는 순간, 그는 공포에 질려 몸이 굳어지는 대신, 멜키아데스의 마지막 비밀을 깨달아

그 양피지 원고에서 인간의 시간과 공간의 질서를 가리키는 글귀를 터득하게 되었다.

역사의 시초는 나무와 연결되어 있고, 종말은 개미들에게 먹힐지니라.’

 

그 비극 앞에서 그는 마을의 위대한 아름다움과 비극적인 슬픔이 통합된 한 차례 정해진 운명의 주기를 살았을 뿐이라는

멜키아데스의 예언을 전부 해석하고 예언이 모두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이 원고를 해독하게 되는 순간부터 마톤도는 인간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며,

여기에 적힌 글들은 영원히 어느 때에도 다시 되풀이될 수 없을 것이며,

그것은 100년 동안의 고독에 시달린 종족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장기간의 비는 대학살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주민들의 기억을 지우기 위함이다.

마을의 기억을 보존하는 인물이 된 아루렐리아노는 그 역사가 사실상 잊혀진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가르시아 마르케스)망각의 탐욕이 기억들을 무자비하게 무너뜨리고 있었다.”라고 말했으며,

노쇠한 우르슬라 이가란은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고 말한다.

기존에 인정되었던 진실이 때로는 환상보다 더 허구적임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운명은 피할 수 없다.

정해진 운명에 따라 인생을 살아왔음을 드러낸다.

 

진실은 환각처럼 보이는 반면, 허구의 역사가 진실처럼 보이는 반전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선들을 계속 변경시키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허구와 환상으로 묘사된 특정한 사회적, 역사적 환경뿐만 아니라

소외와 고독에 깃든 슬픔과 사랑의 가능성을 함께 다루고 있는 한 편의 대서사시(大敍事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