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리뷰
김기섭의 그림책명상 4_일상의 다른 문 열기, 여행
2018-10-05
저자
출판사
리뷰자 김기섭(그림책인문치유자)

 

묘묘 씨는 다시 전등을 켰어.

어디로 버스표를 한 장 꺼냈어.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떠올랐거든.”

 

묘묘 씨는 어디로 가게의 주인입니다. 여행자에게 어디로든 가는 버스표를 팔죠. 그런데 정작 본인은 여행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입니다. 가게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오지 않습니다. 묘묘 씨는 길 건너편에 처음 보는 문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문은 사막으로, 모래언덕으로, 해변으로 이어지고 결국 묘묘 씨를 바다로 이끕니다. 바다로 나간 그의 배 밑바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열어보니 광활한 우주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우주 한가운데 자신이 서 있다는 걸 발견한 묘묘 씨. 처음으로 여행을 즐깁니다. 여행객의 사진을 찍어주다 깜짝 놀란 묘묘 씨는 가게로 돌아오자마자 어디로 버스표를 꺼내듭니다. 이제, 어디로 갈지 알았으니까요.

 

여행을 떠나본 사람은 압니다. 여행이 얼마나 고단한 달달함을 주는지를 말이죠. 그럼에도 여행을 못 가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무서워서 못 가고, 돈이 없어 못 가고, 묘묘 씨처럼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못 갑니다. 이런저런 이유가 발목을 잡는 거죠.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은 말했습니다. “여행은 문과 같다.” 문을 통해 일상의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꿈처럼 보이는 다른 현실, 아직 탐험하지 않은 다른 현실 속으로 파고들어 갈 수 있다는 거죠. 이때 필요한 게 뭘까요. 호기심입니다. 호기심만 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얼마나 갈 데가 많은지를 알게 됩니다.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티켓을 사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십중팔구, 이 가을이 반겨줄 겁니다. 문을 연 대가를 받게 될 겁니다, 톡톡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