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리뷰
김기섭의 그림책 명상 3_"인생은 함께 춤추는 댄스"
2018-09-27
저자 하인츠 야니쉬 글, 헬가 반쉬 그림
출판사 주니어랜덤
리뷰자 김기섭(그림책인문치유자)

 

"곰과 거인이 서로를 꼭 붙들었어요.

마치 춤이라도 추려는 것처럼 보였지요.

둘은 조금씩 발을 옮겼어요. 그러면서 살짝살짝 몸을 돌렸어요.

높은 다리 위에서 둘은 그렇게 함께 흔들리며 움직였어요.“

 

계곡과 계곡 사이에 다리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어느 날 커다란 곰과 거인이 다리한 가운데에서 만났습니다. 다리가 좁아 둘은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곰은 으르렁거리며 거인에게 길을 비키라고 외치고, 거인도 이에 질세라 꼼짝 않고 버팁니다. 둘은 해결책을 찾아아겠군, 하고 말하지만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강물에 뛰어들면 내가 먼저 지나가는 거야.” “네가 먼저 뛰어들지 그래!” 둘은 서로를 한참을 노려봅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윈의 해법은 있을까요.

이 때 거인이 알았다하고 외칩니다. 거인은 곰에게 말합니다. “나는 널 붙잡고, 너도 날 꼭 붙드는 거야. 그러면 둘 다 안 떨어질 수 있어. 그런 다음 함께 몸을 돌리는 거지.” 거인의 말에 곰은 좋아하고 받아들입니다. 거인과 곰은 곧 흔들리는 높은 다리에서 서로를 껴안은 채로 몸을 조금씩 돌립니다. 춤을 추는 겁니다. 그리고는 다리를 건너죠. 그런 뒤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걸 잊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갑니다.

 

치킨 게임이란 말이 있죠. 뜻은 이렇습니다. 양쪽에서 자동차가 전속력을 달려옵니다. 누군가가 피하지 않으면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죽고 살기로 덤비는 거죠. 이때 겁을 먹은 어느 한쪽이 자동차 핸들을 꺾습니다. 그 순간 승패가 결정 납니다. 힘 있는 자들이 주로 쓰는 재수 없는(?) 전법입니다. 대화로 풀 수 있는 데도 이런 선택을 하는 데에는 오만함이 깔려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곰과 거인처럼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던 일이 한두 번쯤 있었을 겁니다. 이때 어떤 방식으로 풀었나요. 해결하고 나서 개운하던가요? 그림책에서 보여준 곰과 거인의 댄스는 여러 번 생각해도 참신합니다. 그리고 현명합니다. 서로 한 몸이 되어 춤추는 것, 이것보다 더한 해법이 있을까요. 이겨서 좋은 건 한 때입니다. 그 다음을 생각해야죠. 삶이란, 혼자 추는 춤이 아니라 같이 추는 댄스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