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리뷰
헤세로 가는 마음의 길목, 정여울 ‘헤세로 가는 길’
2018-08-03
저자
출판사
리뷰자 이해선(독서모임'목요미독' 회원, 독서교육, 독서심리상담가)

 

세상의 시계가 아니라 내 마음의 시계로 살아가는 삶.

헤세는 글을 쓰고 싶을 때는 글을 쓰고, 꽃과 나무가 그리울 때는 정원을 가꾸고, 날씨 좋은 날에는 산야를 헤매며 그림을 그리고, 방랑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릴 때면 여행을 떠났다.

헤세로 가는 마음의 길목. ‘헤세로 가는 길'

 

 

헤세가 태어난 독일의 작은 도시 칼프.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며 생()을 마칠 때까지 살았던 스위스 몬타뇰라.

작가 정여울은 자신의 치유자가 되어준, 마음 속 오랜 그리움의 뿌리인 헤르만 헤세의 자취를 찾아 떠난다. 100여장의 사진과 이야기로 담아낸 헤세 찾아 삼만리같은 문학여행기, ‘헤세로 가는 길’.

작가는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신기하게도 내 손에는 헤르만 헤서의 책들이 쥐어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지금 왜 온새미로는 헤세를 떠올렸을까? 그리고 왜 그녀의 책 헤세로 가는 길을 펼쳤을까?

내가 누구인지 방황하며, 서열화하는 세상의 잣대에 내 자신을 열등감으로 꽁꽁 뭉쳐 놓았던 청소년, 청년기에 만났던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

사회 생활를 시작하며 겪었던 관계 맺기의 힘듬과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한계를 느끼며 만났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적당한 비움과 그 비움으로 를 조금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만났던 싯다르타

그렇다면 지금 온새미로는...

지천명의 나이가 무색해지는 지금의 나는 조급함과 자조적 시선이 함께 한다. 그 조급함과 자조적 시선에, 내가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게 되고 가슴이 시리다.

수험생 자녀의 애씀을 알면서도 그것을 바라보는 반려자와 나의 시선은 조급하다. 그런 나의 모습에 스스로를 책망하며 나를 비웃는다. 이 시기를 버티고 이겨내고 싶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지금 헤르만 헤세를 만나고 싶었고, 그래서 나는 헤세로 가는 길을 펼친다.

또한 헤세는 상처를 경험한 치유자라고 생각한 정여울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기에...

 

 

칼프와 몬타뇰라를 찾는 중간에 작가는 헤세의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싯다르타를 작가 특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헤세와 대화를 나눈다.

1부는 헤세가 태어난 작은 도시 칼프의 소소한 사진과 헤세의 가슴 저미는 문장, 여기에 작가의 예쁜 단상이 어우러진 헤세를 향한 작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2부는 헤세의 대표 작품을 칼 융의 그림자 이론과 접목하여 헤세의 작품은 융의 이론을 구현한 작품으로 재해석해 놓았다. 헤세는 융의 제자 요제프 베른 하르트 랑 박사의 치료를 받으며, 융의 저술을 연구하고 작품에 무의식론, 꿈 분석 등 분석심리학을 녹여놓았다.

(그림자이론_인간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외에 내면에 숨기고 싶어 하는 그림자(페르소나)가 있다. 그러나 이 그림자는 부정적인 것이 아닌, 오히려 이 그림자를 드러냄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헤세의 대표 작품을 재해석하며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삽입해 놓았다. 헤세는 정신을 치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고, 정원을 가꾸었다고 한다.

3부는 헤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그의 유명한 작품이 탄생되었던 곳이자 생애를 마감했던 스위스의 몬타뇰라가 그려진다.

 

 

젊었을 때는 대도시에서 살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헤세는 줄곧 전원의 삶을 동경했고 산화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에 정착하곤 했다.... 헤세는 만년에 몬타뇰라에 묻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주변의 땅을 사두었다고 한다. ... 난년에는 여행보다 정원 가꾸기를 즐기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데 몰두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비롯한 각종 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좀처럼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고 몬타뇰라에서 조용히 지냈다. (p336~339)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유리알 유희, 지와 사랑,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싯다르타...

사랑과 세상과 자기 자신 때문에 극한 아픔을 겪어 보았던 헤세였기에, 그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온새미로는 지치고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었음을...

그래서 지금 헤세로 가는 길을 통해 온새미로는 헤세에게 조금이나마 더 다가갈 수 있었음을...

지금, 온새미로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헤세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그가 닿았던 길로 떠나고 싶을 뿐이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삶이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의 기술이다.

 

문학에 대한 열망과 여행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이들이여~ 헤세로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