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리뷰
멋진 신세계
2018-06-28
저자
출판사
리뷰자 이해선 (독서교육, 독서심리상담가)

 

현실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묘사하는 유토피아와는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학 및 사상을

우리는 디스토피아라고 한다. 온새미로는 86년 전 쓰여진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로 유토피아 같은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간다.

고도로 발전된 과학은 모든 사회를 관리 지배하고 인간의 출생과 자유,

죽음까지 통제하는 미래 문명 세계,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만들어낸다는

올더스 헉슬리의 작품은 1932년에 만들어졌다.

이렇게 치밀하고 촘촘하게 진보된 과학 미래소설을 그 시대에 쓸 수 있다는 것이 더 놀랍다.

하기야, 쥘 베른도 1869해저 2만리를 발표했으니...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비슷한 디스토피아 소설, 조지 오웰의 1984와 비교하는데

1984가 권력과 감시의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멋진 신세계는 과학기술이 가져올 편리와 자유가 인간을 획일화하고 노예화하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작가 닐 포스트먼은 죽도록 즐기기에서 조지 오웰의 1984멋진 신세계를 하나하나 비교하여

그야말로 죽도록 즐길 수 있는 비교의 절정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놓았다. 이 또한 일독(一讀)을 권한다.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미래사회는 포드 632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를 신으로 섬기고 그의 탄생을 기점으로 연도를 측정한다.

인상적임을 넘어선 설정이다. 미래사회의 인간들은 , 포드신이여!”를 외친다.

소설의 시작은 태아를 제조하는 공장이다.

 

겨우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잿빛 건물.

정문 입구 위에는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라는 현판이 걸렸고,

방패꼴 바탕에는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세계국의 표어.

 

*과학 기술과 권력의 콜라보

신세계는 체내 생식 즉 임신을 통한 탄생이 아닌 인공적으로 알에서 배양하고 부화시켜 생산된다.

생산되어진 아기들은 모두 똑같게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알파, 델타, 베타, 감마, 엡실론의 계급을 생산한다.

하위 계급은 뇌의 용량이나 신체의 특성을 상위 계급보다 부족하게 생산하여 그들을 세뇌시키고

자신들의 계급에 맞게 살아가도록 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수면학습과 철저한 놀이교육으로 세뇌되어진 이들은

하위 계급은 상위 계급을 동경하는 한편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가족이라는 유대감은 사라지고 죽음까지도 익숙하게 길들여지며,

인간적 가치와 존엄, 자유는 박탈당한 채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고 정해진 운명에 순응한다.

 

*과학 기술이 권력의 지배를 받다.

신세계의 권력자들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특히 하위 계급들을 백치화한다.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에 철저히 적응시키고, 정당화시킴으로써 절대 권력에 대항하지 않고

어떤 변화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감으로써 안정화를 느끼게 한다.

권력자들은 이들은 견실한 인간, 건전한 인간, 순종하고 꾸준히 만족하는 인간으로 길들여 놓은 것이다.

노화도 겪지 않고, 정신적인 외로움도 느끼지 않으며, 정해진 노동 시간 이외에는

단순한 자극으로 이루어진 사랑과 도덕성이 결여된 성관계로 그들이 느끼는 것은 오로지 쾌락과 만족감뿐이다.

그들에게 고독, 고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통이 다가올 즈음이면 항상 소마(SOMA)라는 가상의 약을 먹는다,

마약과도 같은 소마는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사고할 능력을 빼앗는다.

신세계는 모두에게 완벽한 유토피아이며 모두가 행복하다. 권력자들은 이러한 안정적인 상태를 중요시하는데

이는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변화와 사회의 진보를 과학과 기술로 억눌려 놓은 상태라고 함이 더 옳다.

 

*인간성의 회복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다.

레니나는 베타 계급으로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알파 계급의 많은 남성들과 관계를 하면서도 헨리라는 남성에 집착한다.

이는 신세계에서는 부도덕한 행동이다. 그녀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태아 공장에서 일하는 알파 계급의 버나드와 관계를 맺기로 한다.

그러나 버나드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신세계 사회에 불만을 품고 친구인 헬름홀츠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다.

버나드는 알파 계급이면서도 하위 계급의 외모를 갖고 있는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신세계 사회를 비판한다면,

헬름홀츠는 지적 탐구와 가치에 대해 비판한다.

신세계에서는 기존의 가정이나 남녀 간의 사랑, 임신, , 신에 대한 신앙 등은 부도덕하며 구세대의 유물이다.

버나드는 자신의 열등의식과 신세계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만족시키기 위해

신세계와 격리된 원시지역(RESERVATION)으로 레니나와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버나드는 야만인 존을 만나게 된다. 존은 모태로부터 태어났고,

부모의 사랑을 인지하고, 신의 존재를 믿고, 남녀 간의 사랑을 믿는 그들의 세계에서 바라보기에는 야만인이다.

존은 고도의 과학문명과 완벽하게 설계된 신세계로 초대를 받는다.

처음에는 그 완벽함과 안정성에 감탄하지만 기계처럼 움직이는 신세계는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통제받으며

조작된 행복에 길들여져 있음을 알고 환멸을 느낀다.

존의 신세계에 대한 부조리를 깨닫게 되는 진실한 도구는 바로 이다.

세익스피어를 탐독한 야만인 존.

결국 존은 신세계에 절망하고, 레니나를 사랑하지만, 오로지 육체적 관계로만 사랑을 인식하는 레니나에게 실망하며 신세계를 떠난다.

그러나 그의 홀로서기 또한 신세계의 쾌락을 위한 이야기거리로 전락하면서

그는 사랑하는 레니나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멀리 떠나보낸다.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라는 제목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51장에서 따온 것이지만 내용은 반대이다.

또한 존의 입을 빌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속 대사들을 인용하는 것은 그가 영국인임을 느끼게 하면서도 그의 탁월함에 경의를 표한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 정보가 통제되는 사회에서 인간성의 가치가 억압당함을 두려워했다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많은 정보와 쾌락이 주는 사회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 대신

획일화되고 정제된 행복을 가치인 양 받아들이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경계하며 돌아보게 된다.